| 일본 만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 (5) |
| 만화가 박중기 편 |
지난호에서는 청춘 격투만화[격류혈]의 스토리로 일본 만화계에 진출한 작가 전상영씨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렸다. 이번호에서는 이 작품[격류혈]의 작화를 담당하고 있는 작화가 박중기 씨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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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가 박중기 |
이현석 : 가장 먼저 일본행을 선택하게 된 동기부터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준비에서부터 연재가 시작될 때까지 걸리신 기간은 어느 정도 이신지요? 박중기 : 동기는 역시 금전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습니다. 같은 그림을 그려도 환율문제라든지 또는 작정하고 사주는 게 아니라 가벼운 맘으로 사주는 독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랄까… 그리고 잘 읽히는 작품만 만든다면 여러 컨텐츠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등 프로작가로써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연재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한 일년 정도 되고, 실제로 준비는 반년 정도 걸렸습니다. 국내에서 연재를 한 작품([단구])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작가 분들에 비해서)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석 : 일본측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업무를 진행 중 이십니까? 더하여 언어 문제가 상존할 것이고...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떨어져있으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박중기 : 이메일이나 웹하드를 이용해서, 전혀 문제없이 원고를 일본에 보내고 있구요. 스토리 작가 분 측에서 만든 콘티나 스토리 진행에 관한 문서 번역본이 저에게 오면 저는 그것에 맞추어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측과 진행하는 회의 같은 것들은 중간 단계에서 만화에 관하여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그 상황에 적절히 맞는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전혀 무리 없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저는 국내에서도 지방(전주)에 살고 있어서, 항상 출판사에 찾아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지리적인 핸디캡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 꽤나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요. 이게 듣는 일본 편집부 쪽에서 제가 그 말을 한 의도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듣고) 당황 해하는 상황도 많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도 중간의 코티네이트-통역하시는 분이 적당히 잘 포장해주시는 부분도 있어, 저로써는 오히려 도움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석 : 이제 거의 1년 이상 일본 잡지에서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한국과 일본의 만화 시장과 독자는 어떠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십니까? 박중기 : 아직 단행본이 나오지는 않았고 편집부에서, 독자의 반응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편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재밌는 것을 재밌다고 하고, 재미없는 것을 없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비단 한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든지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독자는 어디까지나 그래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지 아직까지 일본은 만화를 사본다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 독자들이 더 많다는 게 국내 독자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입니다.
이현석 : 작가 이외에 만화를 만드는 주체 중 하나인 만화 편집은 일본과 한국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박중기 : 하하… 사랑해서 때리는거나 미워서 때리는거나, 맞으면 똑같이 아프죠? 작화가 입장에서 힘들게 그려놓은 걸, 편집부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그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이 작화가는 괴롭습니다.
하지만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국내 만화 편집부는 “편집기자 한 사람이 여러 작품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 편집부는 반대로 “한 작품을 여러 사람이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까, 그만큼 (작품이) 어떤 성향에 더 치우치지 않고 대중적으로 재미 있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국내 편집부와 일본 만화 편집부의 차이는 편집에 관한 인력과 물자의 투입량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석 : 지금까지 경험하신 일본 만화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들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박중기 : 말 그대로 편집이 차지하는 역할입니다. 장점을 들자면 편집자의 역할이 강하니까, 작가가 독단적인 작품을 만들어 만화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가지 않으니까, 그만치 잘 팔리는 작품이 나올 확율이 높고…, 단점으로 말하면 편집의 역할이 강하니까, 거기서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고 그래서 작가가 자칫 위축되거나 편집부에게 너무 의존해버림으로써 잘 팔리지 않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편집의 존재라는 것은, 편집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와 마찬가지로 양날의 검과 같은 이면성이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현석 : 가령 예를 들어 이렇게 예상을 했는데 너무 달랐다- 이런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박중기 : 일본에 데뷔하기 전에부터 역시 한국보다는 시장이 넓고 큰 일본이니까, 설령 부족한 작품이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는 적당히 먹고 살 수 있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요- 정작 일본에 데뷔를 하고 나서보니 부족한 작품은 비단 일본과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을 수 없겠다 하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 | 스퀘어 에닉스의 청년지 [영간간]에 격투 만화 [격류혈]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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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 아직도 한국 만화계에는 많은 분들이 일본 진출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이런 만화계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박중기 : 이것 역시 국내무대에서 데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만화가가 만화 작품을 발표하여 만화 작가 세계에 원활히 진출을 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일단 어느 부분은 반드시 인정을 받고, 그 부분을 인정한 일본쪽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검증이 된 부분이 있으면 어떤 작품을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도 빠르고, 보다 안정적으로 연재준비를 진행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토리와 작화 이 두가지 부분을 모두 다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 같은 개념으로 준비를 하기보다 자기가 더욱 뛰어난 것이 어느 분야인가를 신중히 생각하고 그 분야로 특화시키는 게 훨씬 더 일본에 진출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석 : 마지막으로 일본 만화계에서의 포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박중기 : 이것은 일본 만화계 뿐만 아니라… 한국 만화계 또는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제 포부이기도 합니다만, 일단 “박중기”라는 브랜드를 걸고 어떤 일에 뛰어들면, 실력이 있고 없음을 떠나 “그 일이 끝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점차 성장해서 어떤 만화를 그리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