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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여 애니여 오타쿠를 벗어나라! 문서고(일본통신)


도쿄만화잡상-칼럼-6번째-특성화

[warmania의 도쿄만화잡상] #06 만화, 오타쿠를 벗어나라


트랙백

 

개탄을 했다. 모 유명 출판사 K가 새로 낸 만화 잡지를 보고서다. K사는 최근 몇 년간 대히트작 만화로 꽤나 건실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작품의 효력이 거의 다했는지 실적이 다시 내려가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만화 잡지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자 주력 작품이 이미 한 물 가버린 어떤 애니메이션의 스핀오프라는 걸 알고는 혀를 끌끌 차게 됐다.

지난 십 수 년간 일본의 만화 잡지는 작품을 대량으로 사주는 오타쿠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오타쿠는 헤비 유저를 의미하고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준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만화는 너무 고도로 발전되어 있는 것이고 미소녀나 모에와 같이 특정 코드가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다.

스퀘어 에닉스가 만든 만화 작품은 일본의 대중 잡지가 수행할 수 없는, 틈새시장 독자를 노렸다. 게임을 보고 자란 세대가 좋아할 만화나, 특정 오타쿠를 노린 작품들 말이다. 스퀘어 에닉스의 잡지『영 간간』의 히트작 『사키』같은 경우에는 미소녀와 마작을 결합시켜서 대히트를 쳤지만, 권당 20만부 정도를 판매하는 것이 잠정적인 상한선 이었다. 신작이 나오면 오타쿠들은 무조건 산다는 게임인 [####대전]의 판매 한계는 40만장이라고 한다. 오타쿠 상품의 한계지점을 웅변해주는 수치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의 판매량이지만, 이런 작품은 대중에게는 생경할 뿐이다. 만화 문법이 고도로 발전하고 진화의 극한까지 간 것은 좋으나, 대중의 진입장벽을 올리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마법소녀_마도카_마기카

모에한 그림체 때문에 일반인에겐 진입장벽이 높거나 오해받지만, 반전을 꾀하는 스토리로 지지층을 얻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그런데 최근에 소수를 위한 잡지의 신인 작가를 메이저 만화 잡지사들이 경쟁적으로 빼가고 있다. 만화잡지를 보고 자란 예비 작가군을 믿지 않고, 소수 마켓을 전제로 길러낸 작가를 빼가는, 한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떤 검증을 하기도 전에 일단 만화상을 수상한 신인작가라면 무조건 스카우트 해버리기까지 한다. 이러니 일반인-잠재적인 독자-은 점점 만화에서 손을 떼는 일이 벌어진다. 대중문화의 최전선이라는 만화 잡지가 점점 대중들에게 등을 돌리는 광경이다. 그러니 신규독자는 영입되지 않고 독자 평균연령은 계속 올라간다.

젊은 세대는 적극적인 소비층이지만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80%를 넘는다. 사실 그들은 끝없는 경쟁사회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줄 만화들을 원한다. 그런데 격렬한 작화와 진지한 테마로 무장한 작품들이 통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편집 일선을 지배하는 논리나 사고방식은 아직도 어떤 가능성이든 시험해볼 수 있고 만화에 에너지와 활력이 강력하던 1980년대 적인 사고방식이다. 잡지가 더 이상 팔리기 어려운 불황인데 오프라인 잡지를 만들어내는 출판사의 행보는 아직 위기를 절감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지금의 틀을 부수고, 대중이 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작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다. 일본의 평범한 독자층에게 『에반게리온』이나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등의 걸작들을 피력해봐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만화는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문화 상품 중 하나다. 여기서 인생을 안내해줄 테마나 만화 표현의 궁극적인 지향점 따위는 찾지 않는다.

 

만화특집 신세기 에반게리온 특성화

오타쿠 역사의 한 획이라 할 수 있는 『 에반게리온』

 

일본의 거치형 게임기 시장이 승승장구 하던 시절, 일본의 게임회사들은 국내 유저만이 원하는 JRPG 장르 안에서 고도의 완성도만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가장 막대한 숫자의 유저를 창출해낸 회사는 마리오를 만들어 낸 닌텐도다.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닌텐도조차도 급속도로 쇠락하는 중이다. 이전에는 문화 산업에서 3년 주기설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초기의 라이트 유저 시장에서 3년 정도가 지나면 헤비 유저 시장이 열리고 그 다음에 다시 라이트 유저 시장이 온다는 논리다. 하지만 웹이 등장하면서 논리는 설득력을 잃었다.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는 게임기 시장이라는 헤비 유저 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유저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일본 만화도 어쩌면 이미 새로운 중심 이동에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열린 2페이지 연출과 400페이지 잡지, 자금 회수는 단행본이라는 50년짜리 알고리즘에 갇혀있다. 만일 한국 만화 산업에 기회가 찾아온다면, 10년을 먼저 라이트 유저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덧글

  • 글로리ㅡ3ㅢv 2015/01/07 12:24 # 답글

    한정된 매니아 타겟의 구성을 벗어나려면 어떤 소재와 구성을 담아야 할까요.
    일반 대중은 TV나 신문,잡지등의 매체, 소설, 영화같은 오래되고 정제된 문화에 더 익숙합니다.

    오타쿠 문화는 앞에 열거했던 문화들의 반발로 생겨난 문화이니 다시금 그들이 싫어했던 고루하고
    구태의연한 기존 문화로 돌아가야 다시금 대중을 끌어들일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타쿠 성향은 그런걸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해요.
  • 풍신 2015/01/07 12:37 # 답글

    뭐 <매니악한 것이나 취향에 어울리는 것에> 지갑을 여는데 거부감이 없는 쪽이 오타쿠이니...

    대중적인 것은 좋다고 쳐도 결국 보다 대중적인 타겟을 원하면 디즈니 애니나, 픽샤, 지브리 애니 같은 쪽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쪽이라던지 꿈과 희망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우정이라던지, 모험이라던지...

    보다 대중적인 것을 만족하기 위해선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매니악함이나 다양성을 잃어야 하죠. 그런데 일본 서브 컬쳐의 테마나 장르의 다양성은 오타쿠 적인 부분에서 출발한 것들이 꽤 있다고 봅니다.
  • 존다리안 2015/01/07 13:03 # 답글

    저 실례지만 트랙백 신고하겠습니다. 좀 핀트는 다르지만 어딘지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떠올라서요.
  • 나인테일 2015/01/07 17:10 # 답글

    꼭 헤비 유저가 다시 게임기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최근 구글 플레이 상위를 기록하는 게임들 보세요. 무슨무슨 팡 시리즈 같은 세개 맞추기 퍼즐이 석권하던 시절보다는 훨씬 난이도 있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처음 나왔을 때엔 이게 굉장히 코어한 게임성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일반적이죠. iOS 쪽으로 가면 더합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나 베인글로리 같은 게임들 보세요. 단순히 스마트폰 라이트 게임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이건 VITA급 그래픽과 골때리는 게임성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나요. 잠시 세계 차트를 호령했던 스트리트파이터나 KOF의 이식작들도 마찬가지고요. 일본의 경우엔 스쿠에니의 카오스 링즈 시리즈도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스마트폰 같은 경우엔 거기서 형성된 코어 게이머가 다시 게임기로 되돌아가는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코어 게이머용 게임이 나오는 것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LostRed 2015/01/07 22:21 # 답글

    실제로 대중성있는 작품을 만들어서 일반인에게 짧은 기간에 어필하고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면 그러하겠죠.
    애초에 만화는 대중성을 전제로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걸 보면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라고 봅니다만.

    대중성은 애초에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지 성립된다고 생각합니다.
  • ㅁㅁ 2015/01/08 00:08 # 답글

    그러니까 오덕물을 멀리하고 아이카츠를 보는게 좋습니다
  • lacrimaspro 2015/01/08 04:11 # 답글

    일본에서 오타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특정 코드 내지 기호를 떠난 내용들은
    본문에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다른 여가수단중 하나인 소설로 나오고 있고,
    일본인들에게는 이러한 소설, 즉 글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아직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10년간 라이트 독자들을 연구했다기 보다는,
    한국의 현실상 그런한 방향으로 이어진게 아닌가 싶은데,
    한국은 학생은 야간자율학습과 학원때문에,
    그리고 사회인은 OECD국가중 최상위권, 일본에 비해 연간 500-600시간이나 많은 근로시간으로 인해
    최하위의 독서량과 점점 줄어드는 도서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명하듯
    사람들이 글을 읽을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나 직장의 쉬는시간이나 통학 출퇴근 시간에 핸드폰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웹만화는 대표적 스낵컨텐츠로서 인기로 이어졌고,
    스낵컨텐츠인 만큼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내용과 형식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사람들이 소설, 즉 글을 읽을 여유가 없으니 그 자리를 웹만화가 대신 차지한 것이 아닐까 하는것이죠.

    반면에 일본은 아직 일반인들이 소설, 즉 글을 읽을 여유가 있으니
    오타쿠 코드나 기호에 벗어난 것들은 소설로서 나오고,
    그 소설이 팔리니 굳이 만화라는 매체를 채택할 필요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일본 NGO단체의 안내로 코믹마켓을 참가하였는데,
    과거 저와 같이 코믹마켓 안내를 받은 미국 교수가 말했다는 것 처럼
    문화의 다양성이 구현된 장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를 보면 일본은 충분히 다양성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오타쿠 코드나 기호에 벗어난 내용과 형식의 만화도 기존 출판시장과는 다른 전자출판시장에서는 충분히 먹히지 않을까도 합니다.
  • 이명준 2015/01/08 10:05 #

    코미케에 가서 문화의 댜양성을 보았다면 아직 이쪽에 대해서는 순수하신것 같네요.
  • warmania 2015/01/08 11:25 #

    이미 씌여져 있는 글이지만, 코미케에서 다양성을 찾는 다는 것은, 그날만 슬쩍 와본 인상 비평이 아닐까 합니다. 코미케는 처음 취지야 어쨋든 패러디의 2차 시장으로 점령된지 오래고 철저히 나름의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
  • 2015/01/15 06: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1/15 16: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7/21 2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7/25 00: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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