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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 -14 만화가 송지형 문서고(일본통신)

일본 만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 (14) : 만화가 송지형
 

오늘은 인터뷰 기사로 돌아와 만화가 송지형씨편을 보내드린다. 송지형씨는 약5년전, 스퀘어 에닉스의 만화잡지 [격주간 영간간]에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때까지]를 연재하면서 일본에 데뷔하여 2010년1월 현재까지 단행본 10권 이상 내놓으며 장기연재중이다. 이 작품의 스토리를 맡으신 분은 [스프리건]으로 유명한 다카시게 히로시씨. 단행본 10권이 나올정도로 장기연재를 하면서 그가 느낀 일본만화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들어보자.

만화가 송지형

이현석 :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송지형 :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현석 : 먼저 간단하게 자신의 이력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부터의 이력을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송지형 : 2001년에 시공사 만화공모전으로 데뷔 했습니다. 2003년 학산문화사 격주간지 [부킹]에 [XS(엑세스)]로 연재를 시작해서 2년 동안 단행본을 5권까지 냈지만 성적이 좋지않아 조기 종결하고 2006년부터 [영강강]에 연재 하게 되었습니다.

이현석 : 일본에 진출은 어떤식으로 이뤄졌나요?
송지형 : [XS(엑세스)]가 종결된 후에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해야하나하고 고민하던 중에 갑자기 일본 측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친한 작가가 [영강강]과 연재를 협의하던 중에 제 그림을 보여줬는데 그게 마침 [영강강]과 연재준비 중이셨던 타카시게씨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는 판단에 편집부에서 한국인 에이전트를 통해 연락을 주셨던 겁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불과 반년 만에 연재준비가 끝나고 세이브 원고(※주: 일본에서는 ‘저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잡지에 실릴 원고를 미리 만들어둔 것으로 작가의 급환이나 사정으로 원고제작에 차질이 생길경우를 대비하여, 사고가 생겨도 연재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다. 보통 일본의 경우 3회분 정도의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고 연재를 시작한다)도 없이 알몸으로 투입됐습니다. 아마도 가장 급하게 일본진출이 이루어진 케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XS(엑세스)

이현석 : 어렵사리 일본행을 결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송지형 : 어렵사리 결정한 것 까진 아니고요(웃음). 전철에서 전화를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이야기는 들어서 관심은 있었지만 만화가가 되겠단 생각은 별로 안 했었는데요. 오토모 가츠히로의 만화[아키라AKIRA]를 보면서 “아 이런걸 해보고싶다”라고 생각하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 했었습니다.
당연히 오토모씨가 활동하는 일본이라는 무대에 진출하는 건 제겐 궁극적인 목표였지요. 물론 존경하는 다른 작가 분들도 엄청 많습니다. 그중엔 실제로 만나서 만화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여하튼 전 만화가가 되기 전 부터 일본에서 연재를 하는게 꿈이었습니다. 조금도 망설이고 상황을 볼 이유가 없었어요.

이현석 : 일본에서 연재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시던 점은 무엇일까요? 아니면 예상과 너무 달랐던 부분이라든지…
송지형 : 편집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부킹]에서 일하면서 연재 할때도 물론 편집부와의 조율이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고 자신의 언어로 정확히 의사전달을 하는 것과 통역을 통해 문서와 전화로 이야기 하는 건 많이 다르죠. 게다가 한국인인 저로써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표현 하는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부분에 관한 수정안이 오면 왜 수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게 되기 때문에 난감하죠. 수정을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떻게 고치라고 특정지어 얘기할 수 없고 뭐라고 표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건 아니다” 라는 식의 수정안 밖에 내줄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이럴 땐 정말 힘들죠.
마지막으로 대량의 수정이 발생합니다. 연재 초기엔 콘티부터 시작해서 20번에 가까운 수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콘티 너댓 번, 뎃생 너댓번, 잉킹(※주: 펜터치) 상태에서 서너번, 완성 후 대여섯번… 그리고 단행본 나올 때 한두번… 지금도 절대적인 수정의 양이 줄긴 했지만 지금도 만만찮은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현석 : 일본과의 업무는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되십니까?
송지형 :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계속되는 회의를 통해 만들어 집니다. 스토리 작가인 타카시게 씨가 텍스트로 된 시나리오를 보내주면 그걸 제가 콘티로 만들어 보내고, 이후로 통화와 이메일로 주고받는 문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다듬어 나가는 방식이죠. 특히 콘티단계에서 많은 이야기와 회의를 하고 수정도 많이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글이 그림으로 바뀌는데 각각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르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일본 편집부는 한국과 달리 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새벽 서너시에도 전화가 걸려 옵니다. 게다가 배경음은 시끄러운 사무실 소리, 그 시간에 일하고 있단 말이죠.
그렇게 원고가 끝나면 메일로 완성된 원고를 보냅니다. 아마 통신환경의 발달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일본 잡지 연재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데뷔전엔 연재를 하기 위해선 일본으로 이민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더랬습니다. (웃음)

만화[죽음이 둘을 갈라놓을때까지]표지

이현석 : 한국에서도 단행본을 몇 권이나 내셨고, 이제 일본에서도 단행본 10여권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신 한국만화계와 일본만화계의 차이란 무엇이 있겠습니까?
송지형 : 어려운 질문이네요. 원고료의 액수도 전혀 다르고, 만화책의 판매부수도 다르고, 작가대우도 다르고, 출판사 크기도 다르고… 다 다릅니다. 오히려 같은 걸 찾는게 더 빠를지도 몰라요 (웃음) 그 모든 걸 뭉뚱그려서 말하자면 “규모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비해 일본은 조금 정적이란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한국과는 많이 달라서 그런것 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만화인 으로서 정적이고 변화가 적은 만화시장은 고맙죠. 한국같이 격동적인 것 보다야…
작가가 성장을 하려면 정적인 시장에 의한 선순환구조, 즉 작품이 팔려서 그 돈이 작가에게 가고, 그래서 경제적인 여유로 더 나은 작업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 나은 환경이 더 나은 작품이 나오게 하면, 그게 더 많이 팔리고… 이런 순환구조가 필수적인데, 그게 자고 일어나면 시장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한국에선 힘들죠.
어찌보면 이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이랄수 있겠네요. 한국에서는 [XS]를 연재했던 짧은 2년 사이에도 너무 많은게 바뀌더군요.

이현석 : 피부로 느끼신 일본 만화 편집 시스템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말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송지형 : 장점과 단점이 같습니다. 장점은 디테일하다. 단점은 너무 디테일하다.
가장 어려운건 ‘읽는 사람이 쉽게 보게 하는 거’ 란걸 알게 됐습니다. 편집부는 그걸 위해 많은 서포트를 해주죠. 작가가 요구하는것 중 가능한 대부분을 해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쉽게 보게 하기위해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는 게 단점입니다.
“서포트”란 좀다르게 말하면 적극적 개입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건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고 일본작가에겐 해당하지 않는 것일 수 도 있겠습니다만…

이현석 : 한국의 독자, 일본의 독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시장이나 유저들의 마인드라든지… 만화를 소비하는 계층에 대한 감상이라고 보셔도 될 법합니다.
송지형 : 일본의 독자층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일본은 “책을 사본다는 것”이죠. 만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변화, 그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들 모두가 상품을 대가로 지불된 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한국과 다릅니다. 이점이 만화의 양과 질을 가른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한국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작가와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려면 정적으로 지지 해주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그건 독자의 몫이죠. 그렇다고 한국의 독자를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어딜 가나 인간의 본성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스템이 인간의 행동양식을 다르게 만들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작가들 못지 않게 독자들도 시스템의 피해자 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된 환경과 체제만 갖추어지면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작품들로 증명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독자들은 더 많은 걸 볼 권리를 박탈 당한거예요, 공짜로 보는 대신 말이죠.

이현석 :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하나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뭐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송지형 : 연재 초기엔 어시스턴트 두명과 작업했는데 화실에 컴퓨터가 한대 밖에 없어서 어시들을 집에 보내고 톤작업을 혼자 해야 했습니다. 어시들은 집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톤은 붙여서 보내 주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컴퓨터가 고장 나는 바람에 고쳐가며 작업하느라 삼일을 한숨도 못자고 혼자 마감을 했습니다. 그 마지막날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15시간이상 굶은상태로 일하고 있었는데, 순간 보고 있던 모니터가 살짝 위로 뜨더니 스르륵 옆으로 미끄러져 가는게 보여 깜짝 놀라서 잡으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30분쯤 지난 후더군요… 생애 처음으로 과로에 의한 환각 및 기절을 경험했었죠(웃음) 지금은 그렇게 무식하게 일 안합니다.

이현석 : 현재 한국에서는 일본행을 생각하시는 작가분들이 대단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또 많은 신인 작가지망생들도 일본행을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랜시일동안 연재를 해보신 분으로서 해주실 충고나 가이던스같은 것이 있으십니까?
송지형 : 세상엔 개인의 힘으론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 까진 고민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걸 하세요. 자신을 냉정하게 보고, 제대로 된길로 가기만하면 됩니다. 만화를 하고 싶다면 한눈 팔지말고 만화를 하세요. 일본에서 연재를 하고 싶으시다면 접근 가능한 루트로 원고를 보내면 됩니다. 될때까지…
어차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어요. 일단 시작하고 닥치는 어려움은 차차 해결해 나가면 됩니다. 머리 써봐야 아무 소용 없구요. 잔머리 굴려서 통하는 곳도 아닙니다. 앞으로 힘들어 질것이 싫다면 그냥 빨리 포기 하는게 좋습니다. 그냥 살아가면서 가끔씩 후회하면 됩니다.

이현석 : 마지막으로 일본 만화계 안에서의 포부를 한말씀!
송지형 : ‘액션’ 하면 생각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작품을 만드는게 꿈입니다만, 그건 만화가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 이구요. 멋진 액션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는 이노우에 타케히코처럼 계속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정점인 줄 알았는데 다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랄까요…. 그래서 밑에서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좌절감과 열등감을 안겨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이노우에의 작품을 보면서 그렇거든요.

이현석 : 바쁘신 와중에 시간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지형 : 감사합니다. 올겨울 정말추운데 모두 감기조심 하시고 건강 하세요.

 

글 : 이현석 (디지털 만화규장각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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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hn 2010/01/13 17:19 #

    현장에 계신 분의 생생한 목소리, 알찬 인터뷰네요!
  • 幻夢夜 2010/01/13 23:47 #

    이 맛에 워매니아님 블로그를 들립니다. 굽신굽신.
  • 역보 2010/01/14 14:09 # 삭제

    속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쓰린 인터뷰네요.
  • 성코 2010/01/17 21:25 # 삭제

    감사합니다. 매번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 당그니 2010/01/26 05:40 # 삭제

    알찬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네요!
  • 보람이 2011/07/05 19:29 # 삭제

    ㅠㅠ나 이분 완전 팬입니다~~~!! 책까지 사서 보고 있어요 넘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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