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6일
스토리 작가란 설정짜는 사람이 아니다
요즘 몇몇 스토리 작가를 희망하는 분들이 저에게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중 한분은 가능성이 있어보여서 지금 한창 콘티를 이리저리 만지는 중입니다만...
다른 대다수 분들은... 글쎄요... 만화용의 스토리 보드나 콘티라기 보다는 게임 설정집에 가까운 물건을 보내오셨더군요.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몇번 말씀을 드린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스토리 작가란 일반의 소비자- 1)독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상상력의 제재(즉, 독자에게 전혀 다른 신천지를 경험시켜 주는 것)나 혹은 2) 독자가 장기간에 걸쳐서 댓가를 지불하게 만들만큼 독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장기적인 이야기 구성력이 있는 사람, 또는 3) 깊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읽고 난 뒤에 모르던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설정이란 이런 것들을 리얼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장치-준비물 정도인 것이지, 그것이 작품의 질 전반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요.
일본의 편집자들은, 세계관이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준비했다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량보다는, 그것이 작품에서 얼마나 알기쉽고 간결하게 보여지고 있는가를 보고 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설정자료보다는 한회분의 콘티나 3-4화분의 시나리오 등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일본에서 스토리 작가로서 자신을 프레젠테이션 할 때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 일본만화는 이미 만화의 장르공식이 완성되어 있으므로,(즉, 어떤 장르공식에 맞추어 캐릭터와 아이디어를 부여하면 스토리와 구성은 어느정도 자동적으로 뽑혀져 나오게 됩니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내어 이것을 지면상에 표현해낼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서사구조나 작품의 리얼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설정을 아무리 방대하게 만들어두어도 정작 그 설정 안에서 활동할 인물에 매력이 없으면 그 작품은 상품성을 가지기가 어려워집니다. 지금은 인터넷등으로 인하여 정보량이 미칠듯이 증가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아무리 방대한 정보량을 준비해두어도 일반독자는 피곤해할 뿐이지 그것을 공들여 읽어주려고 들지를 않지요.
독자가 원하는 것은, 그러한 방대한 정보나 가공된 역사 이전에… 자신이 공감을 하거나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하는 주인공이 자신을 대신하여 살아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스토리 작가란, 그런 독자의 기대를 잘알고, 자신만의 세계관 안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물이 어떻게하면 독자들의 그 요구에 부합하게 움직이고 연기를 하고 울고 웃으며 좌절하고 또 싸우는 것 처럼 보일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또 자신이 파트너로 삼는 만화가에게 간결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인 코멘트 입니다만... 창작자는 가슴이 뜨겁게, 어떤 사람이나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인생을 지면에서 대변하여 표출하는 사람입니다. 또, 창작자가 그것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만화를 선택한 사람이 만화가 입니다. 그것을 전재로 하지 않고 사전에 글로서 그것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닐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 같은 것도 언젠가 지면이나, 교육기관을 통해서나 혹은 각 작가분들과 전화로 한번 이야기를 해가면서 제각각의 작가분들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보면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 by | 2009/10/26 18:33 | 만화창작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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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3권'에서도 극중 캐릭터가 소설 한권에 200페이지짜리 설정집을 붙여서 출판사로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걸 보면 범 세계적인 질환인듯 합니다.
(에코 아저씨가 설정을 치밀하게 짜라고 하긴 했었는데 그거 오해하는 분도 많으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