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오타쿠 수양록

그런데 다들 이상하게 치장하지만, 오덕은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몇가지 매개물 중에서 성적 부분에 대해서 대안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한 커뮤니케이션 그룹의 한 분파다. 60년대 부터 시작된 고도성장붐과 거기에 부응한 성적 커뮤니케이션의 폭발적 증가. 거기에 뒤처지는 사람들이 대안적으로 만들어낸 커뮤니케이션 그룹. 
하지만, 이 코호트가 에반게리온과 인터넷으로 너무 확장되면서 애초의 이미지가 가려지고 또 가려지면서 다른 곳으로도 확장된게 오해를 낳는 이유라고 할까.

여하튼 너무 미화할 필요도, 그걸 힐난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우리는 여러가지 매개물로 밖에는 타인과 이해를 나눌수 없는 존재들이니.


일본 오타쿠는 1960년대의 고도성장기 이후, 70년대 말기부터 보이는 소비사회 이전에서 나타나는 여자 꼬시기 붐과 같은 성적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안적 제재로 미소녀나 어린시절 부터 보고 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안의 여성 캐릭을 매개로 구성원들과 성적인 대화들을 나누면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별안간 에반게리온 이야기...

... 에반게리온도 당시의 정서를 담아냈을 때는 엄청난 걸작이었고, 신 극장판 파 에서, 기존에 구축한 자기파괴적인 테마를 극복하는 성장을 보여줬을 때는 항구적 걸작의 지위까지 구축했다.

나는 이전 텔레비전 판 에반게리온이 내뿜은 그 에너지의 근본에는 고베 대지진과 옴 진리교 테러, 고베 살인사건과 고도성장 신화의 완전한 파괴가 자아낸 극도의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본다.

어머니는 없고, 엄마를 대신할 존재는 다른 남자와 섹스하고, 좋아하는 여자는 엄마의 복제품이라 죽고, 다음으로 좋아하는 여자애는 바보취급에 욕이나 해댄다. 아버지는 자기 욕심에 영문모를 이상한 짓이나 신나게 시킨다. 
당췌 그에게 이 세상은 왜 살아야 하는지? 자신과 관계있는 모든 인간들이 존재할 의미도 잘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 죽으라고 말미에 말한다. 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절망이나 불안에 대한 대안으로 극단의 분노와 파멸을 택했다.
심지어 스크린 바깥에서 그걸 보고 있는 인간들에게까지 증오를 퍼부어댔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예술성조차 획득하는 그 순간이었다면 과연 과장일까? 그것은 상업 애니메이션에서 가기 어려웠던 주제의식의 강력한 표출이었으리라.

덧: 물론 이전에 이미 이런 광기를 접할 수 있었다.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설거인 이데온 극장판 제2편 발동편의 결말이다.


매체 운영진은 편집권을 가지고 있다 만화관련

# 당연한 말이지만, 출판사든 웹툰을 운영하는 운영 데스크이든, 어떤 작품을 싣고 그걸로 매체의 운용을 어떻게 하는가는 그 운영자에게 고유하게 존재하는 [편성권한]입니다.

# 그 작품을 싣는데 100% 객관적 판단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편집부도 당연히 수많은 후보작 중에 고심하고 작품을 선정하는 편집회의를 열고 객관적 판단하에 작품을 넣고자 고민합니다. 당연히 매체에서 성공하고 독자들이 만족하는 작품을 넣는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아무도 자기가 보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 작가분이나 지망생 분들이야 베도와 같은 곳에서 답답한 심정이 존재하고 격렬한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순 있겠지만, 그건 작품을 그렇다면 더 눈에 띄고 인기를 얻을 수 있게 갈고 닦아야 해결되는 문제지, 근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왜 그런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항의" "억지"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 제가 일했던 스퀘어 에닉스는 일년에 스퀘어 에닉스 만화 대상만 1000작품, 페이지로 2만 페이지가 넘는 원고가 들어옵니다. 다들 이런 경쟁을 뚫고 연재를 겨우 따내고, 담당편집도 이렇게 얻은 신인 작가와 3-4년을 절차탁마해서 겨우겨우 지면을 따내고 원고를 싣습니다. 그러고도 단 몇회를 연재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나 겨우 2,3천부 단행본을 채 팔아보지 못하고 산화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금 일하는 코미코도 수많은 베도 작가중에 극히 소수가 뽑히고, 상위권에 올라가 원고료를 올리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다들 일주일만에 컬러 원고를 완성하려고 피눈물을 당연히 흘리시고요.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고 일본도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유감스럽지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처럼 당신을 100% 만족시키는 완전한 체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노력하세요. 잔인한 말이지만, 당신은 우습게 볼지 모르는 공식 연재 만화들도 잔인한 경쟁을 뚫고 올라와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노력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이상한 글을 쓸 시간에, SNS에 담당자 꼬투리 잡아서 인신공격할 시간에 원고 한장 더 만드십시오.

# 네#버나 다#이 자신의 원고를 받아주지 않아서 불만이라고요? 그런데 왜 그들의 매체는 대한민국 1위 2위를 다투는 미디어고 당신들은 거기에 연재를 하려고 목을 매답니까? 과연 거기에 밤을 새는 노력과 고민이 없다고 봅니까

# 잡지 시대에서 웹툰 시대로 바뀌면서, 실재로 신인들이 그나마 작품을 발표해볼 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봅니다. 이전 제가작가를 꿈꾸던 1990년대 초만해도 3대 출판사의 잡지나 만화가게용 만화가 아니면 데뷔도 어려웠습니다. 자기 작품을 어떻게 실어보고 책으로 어떻게 나오는가 보려면 만화 서클 활동해서 회지를 찍어서 해보는 수 밖에 없었구요. 일반 대중들에게 자기 만화를 보여줄 공간 자체가 태부족 했습니다.

지금은 홍수처럼 매체가 넘치는 상황입니다. 네이버 베도만 해도 몇명이 하루에 그 작품들을 봐줍니까? 몇명의 만화관계자가 그 게시판을 보리라고 생각합니까?



상상력의 범위에 대해서 만화창작

주변 편집자들은 흔히들 작가분의 상상력으로 커버가능한 페이지 양을 단행본 3권 - 일본으로 치면 약 1년에서 1년 반 정도로 생각들을 많이 한다. 이 뒤로는 작가분 혼자서 마련하는 네러티브의 밀도나 상상력의 단초들이 많이들 고갈되기 시작한다고 본다. - 가령 진격의 거인도 3권까지는 상상력으로 마련한 재료나 설정의 힘이 유지되는데 4권부터는 숨고르기가 가파르다. 
여기서부터 필요해지는게 편집자나 기획자의 생각과 객관적인 의견, 어시스트다. 
자만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준비해도 반드시 생각보다 빨리 고갈된다. 작품에 대한 소제의 입력보다 소모는 더 빠르다. 일부 천재 작가의 사례에 자신을 맞추지 마라. 불행해지니까.

한국이 이제 미리보기로 네러티브가 충실한 작품과 캐릭터 정착에 대한 기술을 가진 작가를 골라내는 눈을 가진 기획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곧 올거 같다. 이때부터는 관리형 데스크 보다 창작형 데스크가 요구되고, 많은 숫자의 작가를 관리하는 형태에서 탈바꿈 할 것이다.

생각이 많아진다.


미리읽기 시대의 웹툰 만화관련

웹툰과 일본식 잡지 만화 편집의 차이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가능하겠지만, 

1.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 인가? 하는 전제조건을 깔고 난 다음에, 2. 이를 관리하는 방식 차이라고 봅니다. 

한국식 웹툰은 사이트를 찾는 다양한 독자들의 입맛에 맞춘 물량을 준비하려 했고,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최대한 많은 작품을 준비한다는 사상에서 관리 서비스만을 작가분들에게 제공하는 길을 택했다고 봅니다. 
일본식 모델은 한개의 작품에서 뽑을 수 있는 최대치의 이익이 계산되어 있는 편이고, 그러니 고급의 관리와 기획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한국도 미리보기 유료 방식이 서서히 좋은 수익을 얻는 단계로 가고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관리/기획 리소스를 작가분들에게 제공할 기회가 늘어간다고 봅니다. 
앞으로가 중요한 것이겠죠. 특정 포털 사이트가 적은 편집 관리 리소스로 지금을 이뤄냈다는 것을 후발 주자인 사이트들이 표준 모델로 삼는 건 경계할 만하다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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