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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 희생자 분들을 추모합니다. 문서고(일본통신)

https://www3.nhk.or.jp/news/html/20190718/k10011998101000.html

결국 33명이 희생됐다.

뉴스는 그들이 희생되어 발견되었을 때 모습을 건조하게 전하고 있지만, 너무 끔찍해서 차마 옮기기가 싫다.

그냥 33명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떠받치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젊은 시절 살아가는 힘을 주었던 작품들을 만들어 주었던 그 회사의 중요한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의 중요한 일부를 어떤 사람의 광기에 빼앗긴 기분이다.


지금 애니메이션, 아니 컨텐츠 업계 전반에 큰 충격파가 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누가 이런 광기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장담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광기에 저항하는 건 희생된 사람들이 작품 안에 소중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그 일상을 위해 살아가고 일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당신들이 만들어 준 작품은 제 청춘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사건에 부쳐 수양록

오늘 아침, 어느 방화범에 의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토 애니메이션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십수명이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하며 수많은 부상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스즈미야 하루히, 라키스타와 같은 숱한 걸작을 만들어 왔던 회사입니다. 
제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큰 신세를 졌다고도 할 것입니다.
그 많은 부분이 오늘 허망하게 사라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흉악한 범죄에 스러진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부상을 입으신 많은 분들의 회복을 빕니다.



오타쿠에 대한 잡설 문서고(일본통신)

오타쿠의 이미지에 대해서 잡설


# 한국에서는 요즘은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많이 오해가 풀린 점들도 있지만, 정보가 확산되면서 오해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하는 오타쿠라는 존재에 대해서.


# 오타쿠라는 용어 자체는 저널리스트인 나카모리 아키오 씨가만들어 냄. 당시 부터 일본의 성적 개방붐(난파 붐)이나 고도 성장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미소녀나 만화나 애니 같은 특정 코드들로 세계관을 구축, 대화의 주된 재료로 삼는 사람들을 지칭하면서 나타나기 시작.

 

# 당시부터 절 대 로 호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음. 물론 오오츠카 에이지(다중인격 탐정 사이코의 스토리 작가이자 만화 비평가, 이론가)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태도에 대해서 격분하거나 논쟁을 벌인다.


 오타쿠 커뮤니티에 참가하던 당시의 오타쿠에 대해서 말하면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 


# 주류 사회에서는 이런 미인이 인기라거나 이런 자동차를 다들 탄다... 이런 집에 살고 이런 명문대 나와서 캐리어 쌓고 여름에는 이런데 휴가를 간다... 이런 표준적인 라이프 사이클 모델이 제시된다. 커뮤니케이션도 이런 라이프 사이클을 둘러싼 것으로 진행이 된다. 사람들은 은연 중에 이것을 표준으로 삼아서, 이에 뒤쳐졌거나 더 큰 성공을 거두거나… 하는 식으로 삶을 유지한다. 



# 하지만 이런 주류 커뮤니케이션에 끼기 싫거나 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이들이 찾아낸 커뮤니케이션의 -재료- 꺼리가 바로 애니메이션, 만화였다.


# 옷 뭐입고 어디가서 데이트하고 여자꼬셔서 호텔로 가지 못하는 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지식을 논할 수 있고 심도 있는 대화도 가능해. 게다가 그 사람들이 많이 있고 이 안에서 만큼은 나도 인정받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거야. - 이런 심리였다. 


# 학자 중에는 교회 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도 이런부분은 있다고 지적한다. 세속에서 통용되는 부의 서열이나 혈연에 의한 계급관계가 교회의 신앙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영향을 많이 미치지 못하고, 신앙을 어느정도 깊이 가졌는가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제시 하는가... 이게 동기가 되어준다는 것. 나는 없는 사람이지만, 교회의 활동만큼은 열심히 하고 다들 나를 칭송해.  


# 오타쿠라는 용어가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문제인데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 


이 사건은, 미야자키 츠토무라는 젊은이가 1988년 일으킨 사건인데 내용이 지극히 끔찍하고 엽기적이었다. 만화나 애니등에 큰 흥미를 지닌 [오타쿠]였던 그는 이때  어린 4살 여아 등을 납치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뒤에 [시간]을 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름. (범죄 내용이 극히 잔인하고 엽기적이라 여기서 자세히는 쓰지 않는다.) 그의 집을 수색하자 비디오 테잎이 5000개가 넘게 나온다. 여기서 로리콘 물 등, 소위 오타쿠 물이 많이 나오고 이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 오타쿠=범죄 예비군의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만들어진다.

 

# 이 사건 이후로, 이전에는 한정된 커뮤니티 안에서 통용되던 오타쿠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전국에 정착이 되어가고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확산이 되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숱한 비디오테잎, 만화를 쌓아두고 그걸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범죄예비군. 변태.


# 이에 대한 각종의 방어기재가 작동한다. 당장 오타킹으로 유명한 오카다 토시오 (가이낙스를 만든 사람 중 한명이다)가 그 유명한 도쿄대 오타쿠학 강의를 하기도 하며, 많은 사회학자들이 사회의 시선에 공격당하는 오타쿠 들에 대해서 방어논리를 펴기도 한다. (오타쿠 학 강의는 오타쿠 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오는데, 일본 문화의 중요한 계승자라고 오타쿠를 옹호하는 장면이 백미다) 


# 그 런 데. 중요한건 여하간 일본내부에서 오타쿠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일본의 정보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에 일본에서는 만화나 애니에 관한 여러가지 디테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일본 주류 문화 안에서 오타쿠 문화는 분명히 마이너 문화였다. 


# 1990년대 후반이 되고 일본 전체가 저성장의 늪에 헤메기 시작하고 일본을 지탱하던 고도성장의 신화와 종신고용이 완전히 파괴되자, 일본 경제관료들이나 엘리트들이 차기 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한다. 


# 이때 찾아낸 것이... 일반인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소비재들을 일정금액 반드시(게다가 적지도 않은) 소비하는 어떤 사람들 - 오타쿠들이었던 것이다.



# 그리고 90년대 중반 이후에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오타쿠 세계에 대한 진입장벽도 대폭적으로 낮아졌다. 오카다 토시오의 책만 읽어도 알 수 있지만, 오타쿠 취미를 유지하려면 애니메이션 방송분을 뚫어지게 보고 공책에 내용을 전부 적거나, 스텝들의 이름을 보고 비교조사하려고 해도 뒤에 나오는 자막을 보고 그걸 전부 메모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이것들을 회지라는 것을 만들어 정리하고 찍어내서 서로 공유하는 수고를 또 해야 했다. 이것은 돈이 보통 드는 취미가 아니었다. 당시 비디오 데크의 가격도 높았고 비디오 테잎은 1개당 정가 10000엔에 육박하는 가격대였다.


반면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은 이런 정보 접근을 한없이 쉽게 만들었고 진입과 퇴출이 무척 용이한 취미 세계가 되어 버린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대히트 배경에는 인터넷 보급이 크고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 지난 십년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이러한 오타쿠 산업에 대한 너무 큰 기대치 였다고도 본다. 

# 오타쿠는 고도의 미디어 훈련으로, 소위 말하는 안목이 탁월하게 개발된 사람들이다. 

# 이러한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이 제시하는 기준치에서 제작되는 작품은 그 수준이 높을지 언정, 그것은 그 커뮤니티 안에서 통용되고 소비되는 경향이 당연히 강해진다.

# 이것은, 압도적으로 안목과 소비의역에서 차이가 나는 일반 라이트 유저와의 현격한 격차와 유리를 만들어내었다고 본다.

# 이렇게 되면, 압도적인 숫자의 일반인 유저 시장을 창출해내는데는 당연히 실패하게 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기획자들 성격상 점점 기존의 공식에 기대는 작품을 만드는 성향이 강해지게 된다


# 한국 오타쿠 커뮤니티 형성에 중요한 요인을 세대론 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는 시도이다


# 일본의 오타쿠 1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의 세대론 적 특징은, 어린 시절부터 전후의 빈곤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세대로 윤택한 부모 세대 덕분에 여가에 대한 자유를 어린 시절에 많이 누릴수 있었다는 점이 있었다.


# 이 세대가 청소년기를 맞이할 때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큰 전환기를 하나 맞이하는데 우주전함 야마토와 기동전사 건담, 나우시카 등의 등장으로 내부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질적인 성장이 눈에 띄던 시기였습니다. 즉, 이 세대 사람들의 커진 갈망의 담론을 무난히 담아낼 정도의 그릇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 한국의 오타쿠 문화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980년대 후반기 부터라고 본다. 이때 한국의 세대는 신세대라고 불린다. 냉전의 해체(이데올로기 적 문제에서의 해방)와 경제성장(본격적인 여가를 정수)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문화소비환경에 놓였다. 

비디오 데크의 보급으로 인한 매체 소비환경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 그러나 학교의 미칠 듯한 입시경쟁은 여전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학생들의 문화적인 갈망이나 소비욕구는 다른 국면에 접어 들었는데, 기성이 바라는 틀은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 것이다. 이때 등장해준 것이 바로 수입 자유화 조치로 등장한 일본애니와 만화이며, 앞서 말한 일본의 오타쿠 1세대가 향유한 작품군이 넓고 두텁게 존재했다는 것도 컸다. 아카이브가 이미 방대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급속하게 소비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



만화 잡지를 이끄는 철학이 작가에게 명확한 기획이 된다

인생의 기준에 대해서 

=====
제 인생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것은 사회를 처음으로 알게 될 때에 훌륭한 프로/선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삶의 디테일이나 말 한마디 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는 삶에 어떤 기준점이 되어 주었지 않나 합니다.

제가 만화를 연재하던 당시 [영 메거진] 편집장이시던 세키 상도 그 중 한명입니다.(영 메거진은 당시 주간 100만부에 가까운 부수를 자랑했고, 도박 묵시록 카이지, 이니셜 디, 아키라,서전 아이즈, 센고쿠 등등의 걸작 만화들이 연재된 유명잡지입니다)

2000년대 초 저는 영 챔프에 일본통신 컬럼을 연재중이었고, 편집장 분들 인터뷰를 하러 찾아갔더랬습니다. 당시 고단샤 편집부들은 소파가 비치되어 있고, 텔레비전도 편집부마다 비치되어 있어서 뉴스를 항상 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인터넷으로 뉴스를 실시간으로 알기가 어려우니 편집부원들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지요.)

아침에 찾아가니 세키상은 소파에 누워서 졸고 있었습니다. 아마 늦은 밤까지 작가들 접대나 마감에 쫓기며, 코료(입고후 체크작업)를 했던 탓이었겠죠. 흐릿한 눈으로 날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 이상 왔어?]

그러면서 고쳐 앉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무슨 말을 듣고 싶은건가?]

저는 단도직입으로 말을 꺼냈습니다.

"영 메거진의 편집방침이나 운용에 대한 철학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방금전 까지 지쳐있던 편집장은 눈빛이 바뀌면서 이렇게 말을 해줍니다.

"현석씨, 흔히들 세상에서 말하는 영 메거진의 라이벌 잡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다들 모닝을 말할거에요. 대비를 해서 말해주는게 더 알기 쉬울테니, 그 잡지와 비교를 해서 말을 해봅시다."

"[주간 모닝]은 세상을 위에서 조망하는 잡지에요. 왜 그럴까? 그건 그 잡지를 대변하는 사상이, 인생의 승리자를 위한 잡지라서 그런겁니다. 그래서 그 잡지는 큰 이야기를 합니다. 정치나 출세, 역사… 큰 것들이죠. 그들은 세상을 위에서 보고 재단하고 끌고 나갑니다. 그래서 그 잡지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누굴까요? 맞습니다. 시마 과장이에요. 창천항로의 조조도 있지요. 성공한자. 거룩한 사람, 초인, 영웅이지요. 그래서 모닝은 성공한 샐러리맨 들이나 도심부의 유력한 사람들도 즐겨봅니다. 대학생들, 이런 사람들도 즐겨보죠."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요? 우리들 영 메거진 독자는 공사판 노동자나 트럭 운전사… 이런 육체노동을 하는 낮은 직급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점심 때 도시락을 사면서 잡지도 같이 사서 밥먹고 깔깔 웃으면서 보는 잡지죠. 잡지 자체도 교외에서 많이 팔립니다. 우리는 자동차 만화가 많은데, 직접 운전을 해야하는 교외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동차에 흥미가 많아서 그런거죠."

"자, 이런 사람들에게 세상을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가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의 잡지 주인공 캐릭터들은 비겁자, 패배자, 겁쟁이, 울보… 이런 사람들입니다. 네. 바로 도박 묵시록 카이지의 카이지가 우리 얼굴이죠."

"현석씨 그런데요."

"그럼 우리는 모닝지보다 못한 잡지입니까?"

"전 아니라고 봐요.
모닝은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안에서] 봅니다. 세상의, 인간의 자세한 면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디테일합니다. 그래서 땀 냄새와 살 냄새가 피 냄새도 나죠. 우리는 그런 만화를 만듭니다. 이게 영메거진을 이끄는 철학이라면 철학입니다."

………… 이 짧은 답변에 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가끔 되새김질을 하면서 울기도 하고 그럽니다.

이 말에는 영 메거진을 준비하는 작가에게 해줘야 할 모든 말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주력독자 층, 만화들의 성향, 팔리는 지역, 그리고 캐릭터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해서까지… 짧은 한마디에 강렬하게 모든걸 웅변하고 있지요. 참으로 리더다운, 명쾌한 발언입니다.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큰 사람들이 앞에서 기준이 되어준다면 삶은 결코 허투르게 살 수 없을거라 봅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만나게 해준 운명에도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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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캐릭터에게는 훌륭한 악역을 전투영화(영화관련)

(1) 훌륭한 캐릭터는 훌륭한 상대역이 있을 때 진가가 더 발휘된다. 스필버그의 작품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보자. 
아버지에게 배운 [사람을 홀리는 기술]로 사기술에 눈을 뜬 주인공. 대성공을 거두지만 어느날 알게된다. "나는 가짜구나"
그리고 외로워진다. 그러다가 자기를 추격하는 연방조사관에게 전화를 한다. 왜 일까. "자신을 알아주는 실력자"가 바로 그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애 관계나 이런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는 자로 인하여 자신은 정체성을 얻게 된다. 설령 그게 범죄자라도 상관없다. 자기가 대단한 존재니까.

(2) 
다크 나이트는 이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 중 최고봉일지도 모른다. 선을 수호하는 배트맨 최대의 숙적은 조커다. 배트맨의 원칙은 단단하고 질서정연하다. 하지만 조커는 모든게 불안정하고 무질서하다. 조커는 너무 잘 안다. 배트맨이 존재해야 대단한 자신이라는 존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질서가 존재해야 자신이 파괴할 대상이 존재하고 자신이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어찌보면 둘 다 대단한 컴플렉스 덩어리일지 모른다.

(3)
기독교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세상을 하느님을 믿는 선과 악마로 상징되는 무질서인 악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언브레이커블은 여기서 악이, 자신이 완전해지기 위해서 자신을 파괴할지 모르는 선을 일부러 만들어내고 눈 뜨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간단하다. 죽는 것 보다 더 한 상태. 세상에서 무의미해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4)
영화 히트에서는 이런 "자신을 알아주는 상대"가 서로 존경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 둘은 범죄자와 경찰인데, 일을 위해서 가정을 버리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버린 존재다. 딸이 아파도 범인을 잡으러 가야 하고, 사랑하는 여인도 원칙을 위해서 가차없이 버린다. 그렇지만 그때문에 자신이 가능한 일의 범위와 수준을 안다. 그건 존경받을 만큼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존경한다. 죽여야 할 상대지만, 죽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왜. 상대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니까.

이걸 다른 식으로 비틀면 제리 맥과이어 같은 플롯도 등장한다. 
재능을 알아보는 당신이 존재하니까 내가 있는거야 라는 것.

고민스럽다면, 공들여 만드신 캐릭터에게, 스토리 안에서 주인공을 알아보는 정말 대단한 상대역을 만들어주시라. 주인공은 기뻐하면서 날뛰고 움직일 것이다. 그 광경을 서술하는게 작가의 몫이다.

인생에서도 의외로 자주 발견되는 법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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